
시민의 발인 지하철과 광역열차가 반복적으로 고장 나고 지연되는 배경에 다원시스와 코레일 간의 대규모 계약 부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정부 기관이 사기당한 것 같다"라고 직접 질타할 만큼, 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 일탈을 넘어 공공 조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다원시스와 코레일의 계약 과정, 그리고 선급금 유용의 실태
다원시스는 원래 전동차 부품 제조 회사였습니다. 2016년 로윈을 인수하며 완성차 제작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당시에는 혁신적 도전자이자 게임 체인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2018년 코레일과 EMU-150 간선형 전동차 제작에 관한 1차 계약을 체결하였고, 2019년에는 2차 계약까지 이어졌습니다. 두 계약을 합산하면 코레일이 다원시스에 지급한 선급금은 4,13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실제 납품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1차 계약 물량 150량 중 2022년 말까지 실제 선로에 올라간 열차는 고작 30량으로 전체의 20%에 불과했습니다. 2차 계약 물량 208량 가운데 2023년 하반기까지 납품된 것 역시 20량, 전체의 10%에 그쳤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처럼 미납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2024년 봄 116량을 추가 주문하는 3차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3차 계약 물량은 사전 설계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백지상태였습니다. 총 세 번의 계약으로 401량, 약 9,149억 원 규모에 달하며, 코레일은 전체의 60% 이상을 선급금으로 집행했습니다.
선급금은 해당 계약 이행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 감사 결과, 2차 계약 선급금 중 159억 원이 1차 계약 차량 제작에 전용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나중에 들어온 투자금으로 이전 투자자를 돌려막는 폰지 사기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다원시스 정읍 공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는 40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 단 12량 분량의 자재만 발견되었습니다. 선급금은 지급되었으나 공장은 멈춰 있었던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사용자 비평이 짚어낸 핵심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과도한 선급금 수령과 반복된 납기 지연은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기업의 역량을 훨씬 초과하는 무리한 수주와 공공기관의 구조적 안일함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수천억 원의 세금이 실질적 성과 없이 집행되는 동안, 코레일은 이를 제때 감시하고 제동을 걸지 못했습니다. '돈은 나갔는데 기차는 없다'는 표현이 이 사태의 본질을 가장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최저가 낙찰제가 낳은 구조적 모순과 기술력의 현실
코레일이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다원시스에 9천억 원 규모의 사업을 몰아준 핵심 배경으로 최저가 낙찰제가 지목됩니다. 최저가 낙찰제란 공공 사업 발주 시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에게 계약을 주는 방식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예산 절감과 공정 경쟁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가격 신기루에 사로잡혀 품질, 안전, 신뢰를 담보 잡히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원시스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따내기 위해 품질을 낮추거나 자금을 돌려막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다원시스는 전동차 완성차 제작에 특화된 기업이 아니었으며, 국내 전동차 제작의 대표 기업인 현대로템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기술력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비상식적인 저가 공세가 다원시스의 유일한 경쟁 무기였던 셈입니다.
이 구조적 모순은 열차의 치명적인 기술적 결함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해선 열차 분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운행 중 객차가 분리되는 이 결함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안전 위협입니다. 사고 열차의 수리가 지연되면서 서해선 운행 횟수가 감소하고 배차 간격이 증가하는 피해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비평에서 강조된 대로, 저가 수주 경쟁과 선급금 의존 구조가 고착화되며 납품 지연이 반복되는 악순환은 최저가 낙찰제라는 제도적 토양 위에서 자라났습니다. 공공 조달에서 가격만을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안전과 직결된 철도 인프라 분야에서는 특히 위험합니다. 기업 역량과 기술력, 과거 납품 이행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다단계 심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을 이번 사태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원시스가 선급금을 받는 동안 신사옥 건립에 500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는 의혹, 유상증자를 통해 소액 주주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면서 대표이사 친인척들은 지분을 매각했다는 정황, 자회사 다원 파워트론과 관련한 터널링 의혹까지 더해지면, 이 사태가 단순한 경영 미숙이 아닌 구조적이고 의도적인 도덕적 해이일 수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전관예우와 공공 감독 시스템의 붕괴가 부른 결과
코레일이 다원시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퇴직자 전관 예우 근절 방안'을 명시한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이 언급 자체가 코레일 퇴직자들이 다원시스를 포함한 관련 업계에서 활동해 왔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정감사에서는 코레일 출신 인사 8명이 다원시스에 소속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전관예우 문제는 비단 이번 사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기관 퇴직자가 감독 대상이었던 민간 기업에 재취업하면, 그 기업은 자연스럽게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습니다.
수천억 원이 지출되고 열차는 미납된 상태에서 나온 뒤늦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코레일의 대응은 더욱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1차 계약 납품 이행률이 20%에 머무는 상황에서도 2차, 3차 계약을 이어간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전 설계조차 없는 3차 계약은 감독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다원시스에는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주식 매매가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회생 계획안 승인, 채무 조정, 감사 의견 거절 사유 해소 등 복잡한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주주들은 회생 절차 진행 상황과 거래소 심사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국 이번 다원시스 사태는 최저가 낙찰제, 과도한 선급금 관행, 전관예우로 이어지는 구조적 사슬이 어떻게 공공 조달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정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발주·감독·평가 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원시스 사태는 공공 조달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이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최저가 낙찰제 개혁, 선급금 집행 기준 강화, 전관예우 실질 차단 없이는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 발주·감독 체계 전반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MOg-k6Xj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