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가 "아빠, 나도 ETF 해볼까?"라고 물어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9년 가까이 ETF를 직접 굴려온 저에게는 꽤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어디서 사야 하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 어떤 ETF를 골라야 하는지. 그 질문 하나에 제가 직접 겪어온 시행착오가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ETF를 샀다가 뒤늦게 알게 된 것
처음 ETF에 입문했을 때, 저도 처음엔 은행 창구를 찾았습니다. 증권사 앱이 낯설었고, 은행 직원이 "여기서도 ETF 담아드릴 수 있어요"라고 하니 편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수익률 계산을 해보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은행은 자본시장법상 주식이나 ETF를 직접 중개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은행은 신탁(信託)이라는 구조를 통해 ETF를 간접적으로 판매합니다. 여기서 신탁이란 고객이 은행에 자산을 맡기면, 은행이 대신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해 주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직접 사는 게 아니라 은행이 대리인으로서 사주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대신해줌'에 붙는 비용입니다. 신탁 수수료는 보통 선취 수수료 기준으로 가입 금액의 1% 내외를 먼저 떼어갑니다. 여기서 선취 수수료란 투자 원금에서 미리 수수료를 차감한 뒤 나머지 금액으로 운용을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1,000만 원을 맡기면 실제로는 990만 원으로 출발하는 겁니다. 반면 증권사의 위탁 매매 수수료는 0.1% 안팎이니, 둘 사이의 차이는 약 10배입니다. 장기 적립식 투자라면 이 차이가 수년 뒤 꽤 큰 금액으로 벌어집니다.
은행을 통한 ETF 투자의 실제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증권사 계좌 없이 창구 상담만으로 투자 진입 가능
- 선취 또는 후취 방식의 신탁 수수료 약 1% 발생
- 장기 적립보다는 단기 목표 수익형 구조의 상품이 많음
- 고객이 ETF를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닌 신탁 계좌를 통한 간접 보유
수수료 구조를 알면 증권사를 선택하게 된다
직접 증권사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MTS란 스마트폰 앱으로 주식이나 ETF를 직접 사고파는 모바일 전용 거래 플랫폼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인터페이스가 복잡해 보였지만, 며칠 써보니 은행 앱보다 오히려 더 직관적이었습니다.
금융 시장은 크게 간접 금융과 직접 금융으로 나뉩니다. 간접 금융이란 은행처럼 고객의 돈을 받아 은행이 직접 운용·대출하고 그 리스크도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직접 금융은 투자자가 주식·채권 같은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수익과 리스크 모두 투자자가 감당하는 구조입니다. 증권사는 이 직접 금융의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자산운용사의 역할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ETF를 실제로 만들고 운용하는 주체는 자산운용사입니다. 자산운용사란 ETF가 추종할 지수를 설계하고, 실제 편입 종목을 구성하며,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우리가 ETF를 살 때 내는 운용 보수가 바로 이 자산운용사에 지급되는 비용입니다.
증권사는 이 ETF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접근 창구이자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합니다. 유동성 공급자란 ETF 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 사이의 스프레드를 좁혀줌으로써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덕분에 소액 투자자도 시장 가격에 가깝게 ETF를 매매할 수 있습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신규 계좌 개설 시 평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위탁 매매 수수료 부담은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DIVO로 9년째 검증하고 있는 '4세대 ETF'의 가능성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오래 보유하고 있는 ETF가 바로 DIVO입니다. 처음 이 ETF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분산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고배당과 주가 상승까지 잡겠다고?"라는 의심이 앞섰습니다. 대박과 분산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 철학이었으니까요.
ETF의 역사를 보면, 1세대는 S&P500이나 나스닥 같은 시장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 중심이었습니다. 2세대는 반도체, 자율주행, 클린에너지처럼 특정 테마에 집중하는 섹터형 ETF가 쏟아졌고, 3세대는 높은 배당수익률에 초점을 맞춘 고배당 ETF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지금 DIVO로 대표되는 4세대 ETF는 월배당, 높은 주가수익률, 안정적인 배당률, 낮은 변동성이라는 네 가지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DIVO의 최근 5년(2020년 4월~2025년 4월) 주가수익률은 40%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최근 1년 기준 배당수익률은 약 5%(ETF체크 기준)이며, 연평균복합성장률(CAGR) 기준 주가수익률은 연 7% 수준입니다. CAGR이란 투자 기간 동안 매년 복리로 환산했을 때의 평균 성장률을 의미하는데, 단순 수익률보다 장기 성과를 보다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배당 5%와 주가 7%를 합산하면 연평균 총 수익률 약 12%로, 제 의심을 9년째 불식시켜오고 있습니다.
이 성과가 가능한 이유는 DIVO가 단순히 배당이 높은 종목을 담는 것이 아니라,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과 우량주 선별을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커버드콜이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하여 추가 프리미엄 수익을 얻는 전략으로, 주가 상승 시 수익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하락 시 손실을 일정 부분 완충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DIVO를 따라 하는 국내 상장 ETF도 이미 등장했을 만큼, 이 전략의 유효성은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도박꾼조차 자신의 가족이 한 종목에 올인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분산이 주는 안정감은 수익률 숫자 너머에 있는 마음의 여유와도 연결됩니다. 물가는 내일도 오를 것이고, 그렇다면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출처: 한국은행).
딸에게 ETF를 권할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증권사 앱 먼저 깔아봐"였습니다. 은행 창구가 편하게 느껴지는 건 이해하지만, 수수료 1%의 차이는 10년 뒤 복리로 돌아옵니다. 지금 당장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소액부터 직접 매매해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현명한 출발점입니다.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가 얼마를 떼어가는지 파악하는 것. 그게 진짜 투자의 시작입니다.